요르가즘
🔖 요가는 말 그대로 ‘이렇게 저렇게 묘기처럼 자세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숨 쉴 수 있어?’ 테스트기 때문에 ‘숨쉬기운동’이라 불러도 무색하지 않다. 인간은 숨을 안 쉬면 뒤지고 ‘제대로’ 안 쉬면 조금씩 뒈져가기 때문이다.
🔖 스물아홉 살 봄에는 애인이, 여름에는 고양이가 생겼으며, 가을에는 아쉬탕가에 입문했다. 나는 이 기묘현 현상을 두고 반려자와 반려동물과 반려요가를 동시에 얻은 해이니, 아홉수 따위는 거짓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맞다. 아홉수는 동서양의 숫자 개념에서 나온 헛소리다. 중국은 1에서 10까지의 숫자 개념을 가지고 있어서 새로운 시작의 10을 길수로, 그 끝의 9를 흉수로 본다. 길수와 흉수를 따지는 것부터가 ‘A형은 소심해’처럼 괴상하다. 서양에서는 0을 중시해 0부터 9까지의 숫자 개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9가 오히려 새로운 시작의 길수가 된다. 타로에서도 0번 카드가 시작이다. 8에서 10번까지의 수는 대체로 완성이라는 특징이 있고, 특히 9번은 완성 직전의 단계로서 지금까지 해온 일들이 ‘결실을 맺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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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한 살의 봄에는 요가 연재를 시작했다. 한여름 즈음 끝날 것이다. 나는 늘 이런 식으로 삶을 정리하여 서사시처럼 읊는 짓을 좋아했다. 자질구레한 일상을 표든 글이든 기록하지 않고서는 삶의 이정표를 파악하지 못했다. 7년간 매일 기록을 했다. 이 인생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사실, 낭떠러지만 피할 수 있다면 어디든 상관없다.
🔖 개인적으로 나는 타투인들을 신뢰한다. 자신의 신념을 몸에 적고 타인이 볼 수 있는 부위에 취향을 노출한다는 게 너무 귀엽다.
💬 나는 요가에 반복해서 실패하면서 요가에 대한 동경이 있다. 이 책도 재밌게 읽었지만 요가 때문이라기보단 작가의 매력 때문이었던 것 같다. 책 중간에 편집자의 말이 종이책갈피처럼 들어 있는데,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저자의 캐릭터에 대해 내가 느꼈던 것과 일치하며, 이렇게 편집자의 말을 함께 넣어 파는 것도 매우 마음에 들어서 적어 놓는다(마음에 안 드는 건 출판사의 이름 뿐이다).
“저자는 지금 여기에 내가 존재한다는 짜릿한 생의 감각을 깨워줄 무언가가 나타나면 그림이든 글이든 운동이든 마다하지 않습니다. 자주 넘어지고 덜컹거릴지라도 자기 호흡과 속도에 맞춰 거리낌없이 나다운 일상을 꾸려가는 그의 삶이 어딘지 부럽기도 했어요. 때로는 수련하지 않아도 될 수백 가지 핑계를 찾아내면서도 기어코 바닥에 매트를 까는, 어딘가 불량한 듯 그럼에도 믿음직한 요가 강사의 하루가 독자님께도 기분 좋은 떨림을 전해주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