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컷들
🔖 ‘자연의 얼굴 전체를 덮는 이론의 가면이 있다……우리 대부분은 바깥 세계의 언어를 읽으면서 자신의 언어로 번역해서 읽는 영구적인 습관을 의식하지 못한다.’
이 가면을 벗기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것은 그 것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깊이 각인된 개인적 이해의 틀 안에서 세상을 문화적으로 해석하도록 적응되었다. 이런 확실성의 안전한 그물 밖으로 나오려면 먼저 그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자신의 깜냥이 부족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면서도 앞으로 계속 나아갈 만큼 용감해져야 한다.
(…)
그럼에도 내게는 희망이 있다.
이 책의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은 희망의 경험이었다. 더는 나 자신이 비참한 부적합자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암컷은 수동적이거나 수줍어야 할 운명이 아니고 수컷의 지배를 기다리는 진화적 뒷생각도 아니며 신체적으로 열악한 조건으로도 여전히 힘을 발휘할 수 있다. (…) 실제로 생물학적 성은 하나의 스펙트럼상에 존재하며 모든 성은 기본 적으로 같은 유전자, 같은 호르몬, 같은 뇌의 산물임을 발견한 것이야말로 크나큰 깨달음이었다. 그로 인해 나 자신의 문화적 편견을 인지하고 성, 성 정체성, 성적 행동, 섹슈얼리티 사이의 관계에 대해 지금까지 유지된 이성애 중심의 가정을 떨쳐버리는 관점의 변화를 강요했다. 생각의 자유는 유지하기 어렵지만 여성이 되는 것의 경험이 가지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인해 나는 힘을 얻었다.
이 지적 여행을 따라 나는 다양한 성과 젠더의 젊은 과학자들을 만났는데 그 또한 나에게 희망을 주었다. 이 새로운 세대는 성에 대한 구태의연한 이분법적 가정에 도전하는 데 좀 더 익숙해 보였다. 그들은 마침내 이론의 마스크를 영원히 벗겨낼 다양성과 투명한 관행을 소리 높여 표현하고 있다. 물론 하룻밤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미국 작가이자 학자인 안네 파우스토 스털링이 말한 것처럼 ‘생물학은 수단만 다를 뿐인 정치’다. 오랜 성차별주의자 백인 남성에 의해 고안된 이론은 나이든 성차별주의적 백인 남성 정치가에게 가장 잘 맞는다. 생물학적 진실을 밝히는 싸움은 우리가 지구와 그 위에 사는 모든 것의 미래를 보호하기 위해 심할 수 있는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어나갈 때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