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들

🔖 예전 같았으면 욕실에 칠해진 바둑판무늬나, 정원의 분수, 커다란 현관에 깔린 타탄체크 양탄자, 떡갈나무 책장, 도자기, 꽃병, 카펫에 넋을 잃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 그것들에 무감각하게 되었다기보다는 이제 그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게 되었을 뿐이었다. 그들은 지표를 상실했다. 아마도 여기서 그들이 경험한 튀니지, 화려함의 흔적이 남아 있는 국제 도시 튀니지, 날씨는 온화하고, 일상이 다채롭고 변화무쌍하게 이어지는 이 튀니지야말로 그들이 가장 쉽게 정착할 수 있었을 곳이었다. 과거에 그들이 꿈꾸던 것도 이런 종류의 삶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스팍스 사람, 시골뜨기, 망명자가 되고 말았다.

기억 없는 세계, 추억 없는 세상, 헤아리지 않아도 무미건조한 날과 주, 시간은 여전히 흘러갔다. 그들은 더는 욕망하지 않았다. 무심한 세계. (...) 그들은 몽유병자나 다름없었다.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이상 알지 못했다. 그들은 모든 것을 상실했다.

예전에, 이 예전이라는 것이 세월에 따라 하루하루 후퇴하는 시간이어서 마치 그들의 이전 삶이 전설이나, 비현실 혹은 모호함 속으로 파묻히는 것 같았다. 예전에 그들은 적오도 무언가를 소유하고 싶은 광기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이런 강렬한 욕구가 그들의 삶을 지탱해 주기도 했다. 앞쪽으로 팽팽히 당겨진 듯한 조급하고 욕망에 사로잡힌 느낌으로 살았다.

그리고? 무엇을 했나?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무엇인가, 아주 천천히 파고드는 조용한 비극과 같은 것이 그들의 느려진 삶 한가운데 자리 잡았다. 아주 오래된 꿈의 파편 가운데, 형태 잃은 잔해 가운데 그들은 방향을 잃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들은 경주의 끝, 6년 동안 삶이 굴러온 모호한 궤도의 끝, 어느 곳으로도 인도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은 우유부단한 탐색의 끝에 서 있었다.

(이 다음은 에필로그이며, 다음 문장으로 시작해서)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계속될 수도 있었다.

(이 문장으로 끝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그들이 맛볼 식사는 밋밋할 것이다.


인용1: 문명이 우리에게 제공한 혜택은 셀 수 없고, 과학의 발명과 발견이 가져온 생산력으로 얻게 된 온갖 풍요로움은 비할 데 없다. 더 행복하고, 더 자유롭고, 더 완벽하고자 인간이 만든 경이로운 창작품들은 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어느 때보다 수정처럼 맑게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새로운 삶이라는 샘은 고통스럽고 비루한 노동에 시달리며 이를 좇는 사람들의 목마른 입술에는 여전히 아득히 멀다. — 맬컴 로리

인용2: 수단은 결과와 마찬가지로 진리의 일부이다. 진리의 추구는 그 자체로 진실해야 한다. 진실한 추구란 각 단계가 결과로 수렴된 수단의 진실성을 의미한다. — 카를 마르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