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보겠습니다


계속해보겠습니다

전생을 믿어?

나는 믿지 않아.

전생에 한번은 폭사爆死했다.

믿지 않는데 그렇게 믿고 있어.

때때로 꿈을 꿔.

꿈을 꾼다기보다는 폭음을 듣고 꿈에서 깨어날 때가 있어. 폭음과 더불어 한토막으로 가볍게 공중을 날아 이윽고 바닥에 달라붙은 순간. 왼쪽 뺨이었을 것이다. 나는 아마도 그 한토막의 기억을 간직한 채로 태어나 금생에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하고 반복해보는 것이겠다. 그렇게 믿고 있어.

전생의 흔적을 금생에도 간직하고 있는 나는 끈질긴 사람.

끈질기고 집요한 사람.

끈질기고 집요하게 너를 기다리는 사람.

왼쪽 뺨이었을 것이다. 조각난 가면처럼 한쪽 귀와 한쪽 눈꺼풀과 한쪽 눈썹만으로 이루어진 왼쪽 얼굴. 공중으로 떠올랐을 때 그 얼굴은 꿈을 꾸는 것처럼 보였고 황홀해 보였다. 비참하게 한토막이었으나 감은 눈꺼풀 덕분에 평온하게 정지된 표정이었다. 그것은 나 자신이라기보다는 내 눈으로 목격한 누군가의 마지막 순간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그것은 너의 죽음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나는 나의 전생을 기억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너의 전생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

너의 죽음을 목격한 사람.

금생에도 이토록 집요하고 끈질기게 내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결국 너의 죽음인지도 모르겠다.

최근엔 그렇게 생각할 때가 있다.

너를 본 지 너무 오래되었다.


너는 작았지. 머리카락이 가늘고 입술이 붉었지. 건방졌지. 난폭했고, 조용했지. 폭발하듯 갑자기 웃을 때가 있었는데 아무도 네가 왜 웃는지를 몰랐다. 네가 그렇게 웃을 때, 매번은 아니고 이따금 나는 정신이 나갈 것 같았지. 약간 벌어진 두 눈은 미묘하게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고 아주 노란색이었지. 사람을 납득하게 만드는 눈이었지. 가장 온순할 때도 가장 난폭할 때도 이런 눈을 한 사람이니 그럴 법하다고 여기게 만드는, 이상한 눈. 실은 모르겠다. 나는 너를 때리고 싶었나. 만지고 싶었나. 너의 목을 조르고 싶었나. 만지고 싶었나. 나는 너를 기다린다. 너의 소식을 기다린다. 그런데 어느 쪽인가. 네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리는 소식, 네가 죽었다는 소식. 최근에는 너의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할 때가 적지 않다. 너를 기다리는지 너의 죽음을 기다리는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천만년이면 나나가 십만명. 나나가 십만번은 반복되는 정도의 시간. 십만번이나 반복되는 나나, 라니 뭔가 징그럽지만 그 십만번 안에서 나나는 웃거나 할 테지. 웃거나 울거나 화를 내거나 그리워하거나 두려워하거나 수줍거나 토라지거나 의기소침, 다시 울거나 웃거나 기뻐하거나 기다리거나 할 테지.

천만년. 인간은 공룡이 아니므로 공룡보다는 빠르게 끝나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공룡보다도 느리게 끝나는 경우라는 것도 있을지 모르겠네. 어느 쪽이든, 세계가 끝나는 순간이란 천천히 당도할 것이므로 나나에게는 이것저것 제대로 생각해 볼 시간이 있을 것입니다. 아직은 있는 것입니다.

애자는 요즘도 밤에 전화를 걸어옵니다.

가엾게도.

애쓰지 마.

의미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덧없어.

아무래도 좋을 일과 아무래도 좋을 것.

목숨이란 하찮게 중단되기 마련이고 죽고 나면 사람의 일생이란 그뿐, 이라고 그녀는 말하고 나나는 대체로 동의합니다. 인간이란 덧없고 하찮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사랑스럽다고 나나는 생각합니다.